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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6월] 일찍 일어나는 새가 고사리를 꺽는다 짐 선더스의 제주 삶 이야기
일찍 일어나는 새가 고사리를 꺽는다짐 선더스의 제주 삶 이야기(13)(짐 선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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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7  16: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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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골에서의 아침 모험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야아! 제임스, 일어나” 목소리가 들렸다.

이불을 조금 걷어내고 벽에 있는 시계를 한쪽 눈으로 쳐다봤다. 오전 6시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네. 잠시만요” 대답했다. ‘아마도 5분쯤 더 자고 일어나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새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임스. 진짜 가자” 같이 들렸다. “알았어요, 일어날 거예요.”라며 바로 일어났다. 왜냐하면 장모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성산 근처 고사리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제주도에 살기 시작하면서 ‘고사리꺾기’는 내 삶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 한국 사람을 만날 때 마다, 특히 육지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고사리꺾기 경험에 대해 물어본다. 고사리꺾기 경험이 없으면 진짜 제주도민이 아닌 것 같다. 제주도에 살면서 이러한 체험은 한 번씩은 꼭 필요하다.

영국에는 이러한 문화가 없다. (영국에 있는) 부모님께 전화하고 이(고사리꺾기) 얘기를 하면 이해 못하고 신기해한다. 나도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떻게 제주도민이 고사리꺾기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을까? 종종 고사리 꺾으러 가서 길을 잃어버리고 수색구조팀이 찾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다른 생각이 없어진다. 고사리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장모님이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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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먼 시골로 가는 것이 싫었다. 그렇지만 도착하면 평화로운 느낌을 받는다. 따뜻하게 옷 입고 좋은 장갑을 낀다. 가방도 제대로 준비한다. 허리를 구부리고 고사리를 꺾는다. 여기저기로 고사리를 찾아다닌다. ‘아! 아깝다. 이곳은 사람들이 이미 왔다 갔어. 아마도 다른 곳엔 고사리가 더 있을 거야. 저기? 그래 가보자.’

나중에 내 장모님 집에 갔을 때 우리가 꺾은 고사리가 보고 싶었다.

“다 팔았어” 장모님이 말씀했다. “뭐라고요? 다 팔았어요?” 장모님은 10만원을 받았지만 내 손은 빈손.

“같이 꺾었어요. 내 돈은 어디 있어요?” 장모님께 물었다. “제임스 걱정 마…. 다시 한 번 같이 가자” 장모님이 말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같이 갔다. 이번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대록산 근처로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꽤 많이 꺾었다.

우리의 마지막 고사리 꺾기는 고사리 시즌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우리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백약이 오름 근처로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일출봉도 잘 볼 수 있었다. 올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사리꺾기 체험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장모님과 많은 얘기를 했다. 나의 생활의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 후 며칠 뒤, 아내와 같이 제주시 봉개동으로 트래킹을 갔다. 한 들판을 지나자 갑자기 여러 명의 아줌마들이 나타났다. 다들 고사리를 꺾고 있었다. 아내도 그들 옆에 가서 도와 줬다.

‘그 엄마에 그 딸’ 이라고 생각 했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될까? 아마도 내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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